면허는 따고 한 번도 운전대를 잡지 않고 7년이 지났습니다. 결혼하고 남편이 항상 운전했거든요. 시댁도 가야 하는데 매번 남편 운전으로 가고, 남편이 못 가는 날은 택시를 타거나 그냥 안 갔습니다. 친정도 마찬가지였어요. 엄마는 너 운전 왜 안 해? 이렇게 물어봤지만, 저는 사실 무서워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올 봄 시어머니가 수술을 하셨어요. 회복 기간에 제가 자주 뵙게 돼야 했거든요. 남편은 회사가 바빴고, 저는 매번 남편, 시댁 간다고 했어 이렇게 물어야 했습니다. 어떨 땐 남편이 야근을 하고 있어서 못 가기도 했어요. 그럴 때면 정말 속이 터졌습니다.
시어머니가 병원에서 넌 운전을 안 하니? 라고 물어보셨어요. 운전면허는 있는데, 자신이 없어서... 라고 했더니 시어머니가 아이고, 이제 시작해야지, 남편한테만 의존하면 안 돼 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이 마음에 확 들어왔어요. 진짜 운전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산에서 방문운전연수를 검색했어요. 일산 식사동 집에서 자차로 연습할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3일 과정에 45만원이라고 했는데, 가격이 비싼 건 아닌 것 같았어요. 전화로 장롱면허인데 괜찮나요? 라고 물어봤더니 아, 그럼 더 기초부터 할게요 라고 친절하게 답해주셨습니다. 예약은 그 주 목요일부터였습니다.
강사분이 집에 오셨을 때 처음엔 정말 떨렸어요 ㅋㅋ 저는 손도 떨리고 얼굴도 빨개졌습니다. 선생님이 괜찮습니다, 이런 분들 많습니다 라고 웃어주셔서 조금 진정됐어요. 1일차는 일산 식사동 집 앞에서 기초만 했습니다. 엔진 켜기, 기어 넣기, 앞으로 천천히 나가기, 멈추기... 이 정도만 해도 2시간이 걸렸습니다.

선생님이 면허 따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라고 물어봤어요. 7년 전입니다 라고 하니까 아, 7년이면 거의 처음하시는 거네요, 차근차근 해봅시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이 마음이 편했어요. 제 속도에 맞춰주신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오후엔 일산 식사동을 넘어 좀 더 큰 도로로 나갔습니다. 신호가 있는 교차로를 몇 개 지나갔는데, 신호가 바뀌는 게 너무 빨리 느껴졌어요. 선생님이 신호가 노란색으로 바뀌면 멈춘다고 생각하셔요,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고 하셔서 좀 마음이 놨습니다. 하지만 교차로에서 차가 많으면 여전히 떨렸어요.
2일차는 조금 다른 도로들을 다뤘습니다. 일산 식사동에서 출발해 일산 신원동 쪽 도로로 갔어요. 여기는 왕복 6차선 도로였는데, 차선이 많으니까 더 떨렸습니다. 선생님이 천천히, 미러를 봤나요? 라고 자꾸 물어봤어요. 처음엔 이 질문이 반복되는 게 좀 짜증났는데... 나중에 깨달았어요. 이게 안전 운전의 기본이라는 걸요.
2일차 오후에는 마트 주차장에서 주차 연습을 했습니다. 일산 신원동 근처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이었는데, 정말 떨렸어요. 처음으로 좁은 공간에 차를 맞춰야 했거든요. 선생님이 처음엔 천천히, 그리고 자신 없으면 빼고 다시 해도 돼요 라고 했습니다. 저는 4번을 빼고 들어갔습니다 ㅠㅠ
5번째에 들어갔을 때 정말 신세계가 열렸어요.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싶었거든요. 선생님이 좋습니다, 이 감을 기억하세요, 다음엔 더 쉬울 겁니다 하고 격려해주셨습니다. 그 이후로 주차를 10번을 더 해봤는데, 점점 나아졌어요.

3일차는 정말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목표가 명확했거든요. 바로 시댁까지 운전해가는 것이었어요. 일산 식사동 집에서 출발해 서울 강서구의 시댁까지 30km를 혼자 운전하는 거였습니다. 선생님은 옆에 앉아계셨지만, 거의 말씀을 안 하셨어요.
신호를 봤나, 미러를 봤나, 천천히 했나... 이 모든 걸 내가 해야 했습니다. 손에 땀이 나고 가슴이 철렁거렸어요. 근데 30분쯤 지나니까 조금씩 차분해졌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차선도 바꾸고, 신호도 기다리고, 사람도 피했습니다.
시댁 도착했을 때 선생님이 좋습니다, 충분히 혼자 다니실 수 있겠습니다 라고 했어요. 그 순간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7년을 기다렸구나 싶었어요. 3일 동안 배운 것들이 이제 나의 능력이 되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일주일에 2-3번 시댁을 방문합니다. 혼자 운전해서 가요. 시어머니도 그게 정말 기쁜가 봐요. 너 혼자 오네, 대단하다 라고 하셔요. 이제는 남편이 못 가는 날에도 시댁을 갈 수 있어요. 45만원은 정말 잘 쓴 돈입니다.
내돈내산 솔직 후기로 말하자면, 이건 정말 투자 같은 거 아니고 인생 변화입니다. 7년 동안 가두리 같은 생활을 했는데, 이제 나도 자유가 생겼거든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내가 독립적인 사람이 된 느낌이 들어요. 혹시 장롱면허인 분들이 있다면, 정말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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